중국에 추월당한 한국 반도체, 혁신 없이 미래는 없다.

1.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월, 현실이 되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 5개 주요 분야에서 한국의 기초 역량이 중국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한 대규모 R&D 투자와 인재 양성을 통해 빠른 기술 발전을 이루어냈다. 특히 설계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단기간 내에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으나,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설계 기술에서는 경쟁력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초·원천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중국의 빠른 성장과 기술 국산화 정책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 반도체 경쟁력 약화의 원인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게 된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연구개발(R&D) 투자가 부족하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으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9.5%였던 반면, 한국은 9.5%에 그쳤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기술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 핵심 인재의 유출이 심각하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의 경쟁 국가들이 높은 연봉과 우수한 연구 환경을 제공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반도체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며, 기술력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 동력은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설계 기술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더라도,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약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3.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혁신 해법

 

  중국의 추월을 막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기초·원천 연구와 설계 기술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또한, 반도체 인재 육성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동시에,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비자 정책 개선과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연봉 개선, 연구 환경 개선, 장기 커리어 패스 제공 등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 구조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은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설계 기술을 포함한 종합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설계-제조-후공정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회복은 단순한 기술 개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인재 육성, 산업 구조 혁신, 국제 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미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